Project Description
Unsquare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 난다. 인간이 만든 세상은 온통 각진 사각형 뿐이라고.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책상도, 건물도, 공책도 모든 것들이 네모라고. 그 말씀을 듣고 주위를 살펴보니 정말 이 세상은 거의 각 지고 반듯한 사각형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반듯반듯 각 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인간 세계에서 구조적으로 조화롭게 공존할 수가 없다. 사각형은 공간적인 질서를 유지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사각형은 또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틀”이다. 물건의 모양새를 말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옭아매고 가두어 버리는 편협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영어로 이야기하는 “frame” 역시 규정된 편견이라는 굴레속에 사람들을 가두어 버리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렇게 익숙한 사각형이 캔버스 안으로 들어오면 생소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캔버스 밖은 이미 너무나 각진 세상이거늘. 그런 의미에서 Piet Mondrian의 추상화를 보면서 신선하다고 느꼈다는 것은 굉장한 아이러니다. 어쩌면 Mondrian은 캔버스 안은 각지면 안된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과감히 깬 것이 아닐까? 나 또한 각 지고 네모난 세상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보고 싶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사각형들, 어쩌면 그러한 틀에 의지해서 안일하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러한 틀, frame을 잠시나마 벗어나 보았다. 각 지지 않은 나만의 사각형들을 통해서. 그래서 square가 아니라 unsquare다. 경직되고 정형화된 네모난 창이 아니라 보다 유연하고 소박한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홍 수 진
개인전
2014년 부산대학교 치과병원
단체전
2018년 경기대학교 그룹전
작품소장: 서울대학교 치과병원